ENVI 워크스테이션으로 노트북이 괜찮을까요?

네 저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노트북 중에서도 고성능 노트북을 권장합니다. 요즘 대세인 가벼운 저전력 노트북은 ENVI 계산에 쾌적하지 않습니다. 출장을 다니며 만나는 ENVI 사용자들과 함께 작업을 하다가, 바람 소리 거칠게 나는 제 노트북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에 대한 제 생각들을 정리하여 이 글을 작성합니다. 제 노트북은 크고 무거운 게임용 노트북입니다. 그러니, ‘자 따라해 보세요’ 하고 동시에 시작하면 제 노트북이 LG Gram 보다 두 세배 빨리 끝내는 것은 당연합니다. 가격은 비슷합니다.

데스크탑 vs 노트북

노트북은 현실적으로 사양의 최대치가 있습니다. 그 한계를 고려해 보았을 때 문제가 없다면 노트북도 괜찮습니다.

노트북의 현실적 사양 한계는 요즘으로 따지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이상의 노트북이 존재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 8-Core CPU(Intel 12세대의 14-Core CPU)
– 64GB RAM
– 그래픽 RTX3080(Ti) VRAM 16GB
– SSD Slot 2개(4TB X 2 = 8TB)

2022년 3월 현실 세계의 노트북 최강자들(예시). 노트북 하판을 분해하면, 메모리를 64GB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을 것이고, SSD를 증설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텔 12세대의 14코어(6P+8E) 성능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비슷한 수준의 AMD 제품도 있을 겁니다.

이에 반해 데스크탑은 제약이 없습니다. 개인용 PC에 장착할 수 있는 CPU도 16-Core 모델도 있고(AMD 5950x), 워크스테이션이라고 불리는 고급 모델로 가면 20-Core 쯤 되는 CPU도 있고, 이런 것을 2개 장착할 수도 있으니 40-Core CPU 정도 만들 수도 있습니다. RAM도 200GB 가까이 올릴 수도 있을 것이고, HDD까지 장착해서 꽤 큰 스토리지를 장착할 수도 있습니다. NVIDIA Quardro 같은 고급 GPU를 장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노트북의 입장에서 보면 데스크탑은 사실상 무제한급입니다. 체급이 달라요.

‘난 그런 사양까지는 필요 없는데’ 라고 하면 노트북으로도 ENVI 쓰는 데 문제는 없습니다. 제 경험으로 노트북이 누릴 수 있는 자유에 가점을 준다면 전체적으로 아주 좋습니다. ‘데스크탑 그립지 않냐’고 물으신다면, 별로 그런 적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물론, 사무실에는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가 있어서 사무실에서는 데스크탑 사용과 비슷한 조건을 갖추었습니다. 트랙패드보다는 마우스가 ENVI 쓰기에 유리하고, 노트북 키보드 보다 편한 키보드가 많이 있으며, 화면은 클 수록 좋은 겁니다. 결국 사무실에서는 데스크탑처럼 쓰는 거죠.

특별히 비싼 브랜드가 아니라면, 200만원~400만원 정도면 제 기준으로 웬만한 ENVI 작업하는 데 불편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거의 현존하는 최고 사양의 노트북이기도 합니다. 그냥 요즘 게임용 노트북이라고 불리는 모델들이 바로 고성능 노트북입니다. 그 중에 취향에 맞게 고르면 됩니다. (취향의 영역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제가 뭐라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숫자키에 쌓인 먼지. 저는 숫자키를 사용하지 않는 취향입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노트북의 제약

어쨌든 노트북은 제약이 있는 물건입니다. ‘난 이정도 성능이면 만족해’라고 하더라도, 진지한 연산을 할 때는 언제나 ‘엄청난 바람소리’가 뿜어져 나온다는 것은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노트북의 Fan이 데스크탑에 비해 훨씬 작아서 더 빨리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노트북 소음이 훨씬 큽니다. 어차피 데스크탑은 들고 나가지도 못하지만, 노트북이라고 해도 카페에서 고해상도 영상 처리를 하는 일은 ‘눈치가 보여서’ 어려울 것입니다. 또한 이런 계산을 할 때는 ‘배터리 지속 5 시간’ 같은 얘기는 모두 거짓말입니다. 1시간이면 완전 방전됩니다.

게임을 하라고 만든 노트북이니, 알아서 튼튼하게 잘 만들었겠지만, 이런 바람소리를 내며 뜨거운 바람을 뿜어내는 장비의 수명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3년만 버텨라’ 하는 생각으로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번 정도는 수리해서 다시 2년쯤 다른 용도로 더 쓸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데스크탑을 주문할 때 전원이 600W~1,000W 정도 되는 것을 장착하는데, 노트북에 들어가는 전원은 고작 100W~300W 정도 입니다. 제 노트북은 230W 짜리를 쓰네요. 결과적으로 이러한 어댑터의 전력량이 그 노트북의 성능입니다. 이 차이는 결국 극복할 수 없는 거지만, 그럼에도, 제 8-Core CPU 노트북은 6-Core CPU 데스크탑에 비해 성능에서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대략 그 정도 성능 기대하시면 됩니다. 저는 솔직히 놀랐는데, 몇년 전까지만 해도 노트북은 데스크탑에 비해 ‘한참’ 성능이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었거든요. 들고 다니는 물건이 책상에 고정된 물건에 비해 70~80% 성능이 나온다는 건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SSD를 사용하게 되며 예전의 데스크탑용 HDD와 노트북용 HDD의 성능 차이가 극복되었기 때문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제 노트북에 들어가는 SSD는 데스크탑에 들어가는 SSD와 완전히 같은 제품입니다(m.2 규격).

노트북 권장사양

  1. 8-Core 이상에 제품코드 뒤에 H가 붙는 고성능 CPU를 선택하십시오. Intel 12900H, AMD 6800H 같은 것들입니다. 한세대 앞의 11800H나 5800H도 여전히 현역입니다. 현실적으로 이 이상의 사양이 없는 것이 노트북이라는 체급의 한계입니다. (12900H와 같은 Intel 12세대 CPU는 쎈 코어 6개와 약한 코어 8개가 나누어져 있다고 합니다.)
  2. 게임용 노트북에서 RAM은 슬롯이 두개 있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16GBx2개 정도는 장착해 주세요. 시스템 모니터링을 해보면, 16GB는 쉽게 올라갑니다. 그렇다고 16GB로 뭘 못하는 정도는 아닙니다. 64GB를 쓰면 더 좋겠지만, 어차피 CPU 8-Core 정도에서 RAM 32GB 정도면 만족스럽습니다.
  3. SSD는 2TB는 있어야 마음이 편안합니다. 더 많으면 당연히 좋고, 더 적으면 외장 HDD로 자주 뽑아 내서 정리해야 합니다. 게임용 노트북들의 SSD 슬롯이 2개인 경우가 많은데, 이에 따르면 현실적으로 최대치는 4TB x 2개입니다만, 가격이 꽤 높습니다. 현재 2TB 모듈이 가격 대비 용량이 좋습니다. 처음 살 때 오는 것, 512GB든 1TB든 OS 설치하여 쓰고, 추가로 2TB 정도 설치하면 무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SARscape의 PSInSAR 같은 처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면 좀 더 큰 것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워낙 많은 영상을 한번에 처리해야 하는 것이어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노트북으로 PSInSAR 대용량 계산을 몇박몇일 계속 돌릴 것인가? 이 문제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들고 다니려고 노트북을 구입하는 것일텐데, 제대로 PSInSAR 하려면 몇시간~몇일 돌아가는 건 흔한 일입니다.
  4. 노트북의 그래픽카드는 SARscape와 ENVI Deep Learning을 하는 것이 아니면 크게 필요하지 않습니다. SARscape와 ENVI Deep Learning 연산을 진지하게 할 경우, 한번 더 데스크탑을 고려해 보세요. 노트북으로 물론 되지만, 몇 시간 이상의 오랜 계산은 데스크탑이 더 마음이 편합니다(노트북에서는 꽤 거슬리는 바람 소리와 발열, 그리고 계산 중 휴대의 제약이 있습니다). ENVI Deep Learning의 권장 사양은 VRAM 8GB 이상입니다. 이를 만족하는 것은 현재 RTX 3070 계열(VRAM 8GB)이나 RTX 3080 계열(VRAM 8GB 또는 16GB)입니다. 계산 성능만 놓고 보면, RTX3070이나 RTX3080이나 노트북에서는 비슷합니다. 어차피 노트북에 밀어 넣는 전력량의 제약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딥러닝에서 좀 더 효과적인 계산을 위해서라면, RTX3080의 VRAM 16GB는 분명히 유리합니다. 반대 방향에서 얘기하자면 노트북에서 VRAM 8GB짜리 RTX3080은 RTX3070에 비해 별다른 장점이 없습니다. 가격이 비슷하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진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현재의 추천은 RTX3070입니다. 16GB VRAM이 장착된 RTX3080 노트북은 동종의 RTX3070 노트북에 비해 100만원 정도 비쌉니다. Deep Learning에 쓸 거라면 분명히 의미가 있는 비용입니다. 만일, ‘ENVI Deep Learning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연습 정도만 해 볼 것이다)라고 한다면 RTX3060(VRAM 6GB)을 선택하는 것도 좋습니다. 선택의 폭이 좀 넓어질 것이고, 가격도 RTX3070 모델 대비 30만원 이상 낮습니다.
  5. 그래서 제 노트북은 CPU : Intel i7 11800H, RAM : 16GBx2, SSD : 1TB+2TB, RTX3070(VRAM 8GB) 모델입니다. 아마도, ENVI, ENVI Deep Learning, SARscape 를 그럭저럭 돌리기 위한 최소사양으로 보시면 됩니다(2021년 기준이며 2022년의 새 모델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SARscape와 Deep Learning을 제외하면 ENVI는 주로 GPU보다는 CPU를 많이 씁니다. 코어 수가 많으면 많을 수록 좋습니다. 그림에 보는 상황 쯤 되면 노트북은 거친 바람 소리를 내고 있을 것입니다.

저전력 경량 노트북

일반적인 업무용으로는 저전력 경량 노트북이 더 인기가 많습니다. 노트북의 핵심 존재 이유가 휴대성이기 때문에 당연합니다. 가볍기도 하고 배터리도 오래가는 것, 이 두 가지 요소가 모두 휴대성과 관련되기 때문에, ‘난 힘 세니까 저전력 경량 노트북 필요 없음’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배터리가 오래 가는 것은 노트북에서 매우 중요할 수 있습니다.

LG Gram에서도 ENVI 잘 됩니다(LG Gram이 저전력 경량 노트북의 대명사에 가까워서 이렇게 씁니다). ENVI는 사실 최소사양에서도 잘 실행되는 소프트웨어입니다. 대신 고성능 노트북보다 느린 것은 당연합니다. AMD의 5800U (8Core) CPU는 저전력임에도 인상적인 성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CPU, 그리고 곧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AMD 6800U CPU는 제 경험상 한번 언급하고 눈여겨볼 가치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결국, 경량 노트북의 한계는, 그 설계 의도에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어차피 무거운 일 하려고 만든 제품이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RAM 슬롯도 하나(그나마도 붙박이 고정인 경우가 대부분), SSD 슬롯도 하나이고 그래픽 카드는 CPU 내장형을 쓰거나 최소한의 게임을 위한 그래픽카드가 한계입니다. 그래픽 카드가 제대로 들어가면 CPU와 무관하게 그래픽 카드 자체로 큰 노트북이 됩니다. 진지한 그래픽카드가 들어가면 결국 어댑터 무게가 1kg에 육박하고, 그러면 경량 노트북으로 만들어 봐야 의미도 없습니다(그래서 그런 제품은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경량 노트북의 현실 한계는 AMD의 8-core 저전력 CPU, RAM 16GB, SSD 1TB(노트북을 분해해서 SSD를 교체할 수 있다면 4TB 가능), 내장 그래픽입니다.

ENVI Deep Learning 안하고, 매일 큰 영상 분석하는 일 아니고, 가끔 서버에서 라이선스 끌어와서 현장에서 필요할 때 쓰는 정도라면 경량급 노트북이 더 훌륭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IKONOS의 영상의 PanSharpening이나, WorldView-2 Stereo 영상에서 Point Cloud와 DSM을 추출하는 등의 작업은 결코 가벼운 계산이 아닌데, AMD 5800U 저전력 노트북이 Intel 11800H을 쓰는 노트북에 비해 70~80% 성능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한번 나란히 사용해볼 기회가 있었고, 측정이라기 보다는 느낌입니다. 이 느낌이 맞다면, 경량급 8-Core CPU 노트북이 데스크탑 4-Core 노트북 이상은 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럼에도 앞에 말씀드린 대로, 저전력 노트북은 CPU 성능 외의 설계 제약(최대 메모리, 최대 스토리지, 최대 전력공급 등)이 있습니다.

결국 다 아는 얘기

ENVI 라이선스 가격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본인이 늘상 Image를 처리하고 있는 Image Analyst라면 H/W 성능이 부족해서 소중한 업무 시간이 늘어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ENVI 라이선스는 필요시 데스크탑에서 노트북으로 잠깐 옮겨 쓸 수도 있는 것이니, 데스크탑+노트북 조합으로 쓰는 것을 결국 권장합니다. 이렇게 되면 상황에 따라 저전력 CPU를 탑재한 노트북으로도 ENVI를 가끔 쓰는 데 큰 불편은 없을 것입니다. RAM 16GB로도 ENVI 돌리는데 큰 문제 없습니다. 8GB RAM은 요즘 ENVI 아니어도 부족함을 느끼는 일이 많을 것입니다.

Intel의 저전력 CPU는 4-Core 까지 있습니다. 같은 목적의 저전력 CPU라고 해도 AMD의 8-Core와 성능 차이가 많이 납니다. 일반적인 업무 상황이 아니라 ENVI로 대표되는 좀 진지한 연산을 하는 경우의 이야기입니다. 혹시 오해가 있을까봐 말씀드리면, ENVI 교육에 참석하기 위해 노트북 들고 오는 경우라면, 4Core 저전력 CPU라도 전혀 문제 없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참석자가 가벼운 저전력 노트북을 가지고 오십니다. 교육 시간에 다 처리할 수 있도록 미리 작게 잘라 놓은 영상으로 실습을 진행합니다.

데스크탑을 쓸 수 없는 사정이 있다, 노트북이 주력 워크스테이션이 되어야 한다, 웬만한 성능이 나오면 좋겠다… 이러한 의도라면, 게임용 노트북을 한번 검토해 보세요. 생각보다 성능 잘 나옵니다. 제가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이 한줄이면 되는 것을… 엄청 길게 얘기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