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L과 ENVI는 언제까지 Windows XP를 지원할까요?

업무상 몇 달간 MS 윈도우를 사용해야할 일이 생겼습니다. 윈도우즈의 ActiveX 모듈로 인증을 받아야 다음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 뭐 그런 상황입니다. 물론 제 랩탑은 윈도우 PC입니다만, 지정한 IP에 대해서만 인증을 해 주는 시스템이어서, 매일 어디론가 이동해 다니는 제 랩탑은 적합한 PC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고정해 두고 쓸만한 윈도우즈 PC 남는 것이 없어서 서랍 맨 아래 어딘가에 깔려 있던 Windows XP 서비스팩2를 찾아냈습니다(정품입니다. ㅎㅎ).

요즘은 아예 윈도우가 설치되어 있는 랩탑을 주로 사용하는 이유도 있고 윈도우 7이나 윈도우 8이 한번 설치하면 PC 퇴역 때까지 거의 다시 깔 일이 없기 때문에 Windows 7이나 Windows 8의 설치 화면은 잘 보기 힘듭니다. 그렇지만 수년 전 Windows XP의 시대에는 최소한 1년에 한번은 고의적으로라도 다시 설치했으며(사용하면서 속도가 계속 느려지는 문제가 있었지요), 뭔가 문제도 종종 생겨서 “에라, 이러느니 다시 깔자” 하는 상황이었던 이유로, XP의 설치 화면은 매우 익숙합니다. 그리고 XP의 시대만 해도 설치 미디어가 DVD가 아닌 CD여서 설치도 금방 끝나네요. 물론, 설치 완료 후 해줘야 할 업데이트가 꽤 많더군요. 언제 적 XP입니까. ㅎㅎ.

업데이트를 하기 위해 Microsoft 사이트를 들락거리는데 사이트의 오른 쪽 아래에 빨간 위젯으로 “XP 지원 종료까지 354일 남았다”고 뜨더군요. 못보고 지나칠 수 없는 빨간색 박스로 말이죠. 그래서 살펴보니, Windows XP 서비스팩 2에 대한 지원은 이미 끝났고 그나마 서비스팩 3에 대해서도 2014년 4월 8일까지만 지원한다고 나와 있네요. (Microsoft 운영체제 수명 주기 정책 ). Windows XP가 2001년 12월 31일에  일반 공급이 시작되었고, 2008년 6월 30일에 소프트웨어 판매가 중단되었다고합니다. 오래되긴 오래 되었네요. Windows Vista가 인기가 없어 XP가 그 기간까지 끌고 갔던 것이 이유겠지요.

제가 근무하는 곳에는 아마도 XP가 전멸한 상황(오늘 제가 하나를 부활시켰지요)입니다만, 고객 지원을 하다 보면, 또는 IDL/ENVI 교육 때 가져오신 랩탑을 보면 아직 XP를 사용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십니다. 5년 정도 이상 된 컴퓨터에 원래 XP가 설치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최신 PC를 사용하면서도 손에 익숙하고 경쾌하게 돌아간다는 이유로 일부러 XP를 고수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현재까지는, 최신 버전인 IDL 8.2 SP2나 ENVI 5.0 SP2가 Windows XP를 공식 지원합니다. 저도 오늘 설치해서 잘 쓰고 있습니다. Windows 8이 이제 익숙해져가는 상황이어서 XP가 아직은 좀 어색합니다만 저 역시 여러해 사용했던 OS인 만큼 추억이 새롭습니다. 동그라미가 아닌 시작버튼과 초원/푸른하늘 구성의 바탕화면… 감이 나쁘지는 않네요.

약 1년 후, MS의 XP 공식 지원이 중단되면 그로부터 한 1년쯤 더 지나서는 IDL이나 ENVI의 XP 공식 지원도 중단되겠지요. 선례로, IRIX 같은 운영체제가 실리콘 그래픽스의 지원 중단 이후 다음 해 쯤에, IRIX용 IDL 역시 개발이 중단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도 IDL/ENVI가 설치되고 잘 돌아갈지도 모르지만(Windows 8은 현재 공식 지원 운영체제가 아니지만 IDL/ENVI 잘 설치되고 잘 돌아갑니다), 2년 쯤 후에까지 XP를 쓸 일은 아마도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XP를 계속 쓰신다면(지원 중단 이후에도 보안 업데이트는 하겠다고 지원 정책에 나와 있네요), 어쩌면 지원 중단 시기의 최신 버전으로 예상되는 ENVI 5.1이나 IDL 8.3 정도를 계속 사용하셔야 될지도 모릅니다. 글쎄 그렇게까지 XP를 쓰실 분이 계실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관련 기사를 좀 찾아 보니 PC방 같은 곳은 많이 골치아프게 된 것 같습니다. 수십대 컴퓨터에 운영체제 교체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겠네요. 대부분의 PC방은 아직 XP를 쓰나보군요. 오랜만에 XP에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