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ENVI와 함께한 1주일

안녕하세요. 제게 있어, 지난 주는 실로 New ENVI와 함께했던 1주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NVI 5.0이 나온지 이제 9개월쯤 되어 가는 것 같은데요, 5.0의 핵심인 New ENVI를 진지하게 사용해 본 적은… 그동안 없었다고 볼 수 있죠. 사실 저보다 ENVI를 훨씬 잘 사용하는 동료들을 믿고 저는 ENVI를 별로 신경쓰지 않고 지냈습니다. 그러니 업무적으로 ENVI를 사용해야 할 일이 생기면, 가끔 쓰는 도구가 되다 보니, 예전에 쓰던 그대로 ENVI Classic을 열게 되더군요. ENVI Classic은 기능적으로 제게 불편함이 없었고, 손에도 익었고, 반복 작업을 처리하게 해 주는 프로그래밍이 제게 익숙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주에 모 군부대에서 ENVI를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이번에야 말로 New ENVI를 진지하게 써 보겠다”는 일념으로 준비를 해 보았습니다. New ENVI 위주로 교육을 하는 것으로 계획을 하고, 이재희 선수와 밤늦게까지 예전에 ENVI Classic에서 했던 교육 프로그램을 New ENVI로 미리 연습해 보았던 것이죠. 아무래도 설명을 하면서 진행하는 것이다 보니, 갑자기 기능을 찾지 못해 당황하는 일도 있었는데, 잘 참고 들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나름 미리 연습을 해 보고 간 것인데요, 매끄럽게 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변명은 아니고, New ENVI에 당황했다기 보다는, 갑자기 작아진 화면 – 프로젝터 해상도 1024*768 – 에 익숙치 못했던 것 같습니다. 툴박스와 툴바가 작은 화면에서 쓰기는 참 불편하더군요. 가로 방향으로 1366(요즘 노트북들의 일반적인 해상도)만 되어도 좋았을 것 같습니다.  1024 해상도는 툴바의 버튼들을 한줄에 보여주지 못합니다.

개인적인 얘기지만, 저는 이번에 처음으로 New ENVI를 진지하게 사용해 보면서, “이정도면 꽤 좋은데, 장점이 더 많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파는 제품이라서 이렇게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얼마 전까지 저와 ENVI에 대해 얘기를 나눴던 분들은 아실 겁니다. 그동안 저는, “에이, 그냥 ENVI Classic 쓰세요”라고 했거든요. New ENVI는 나름 오랜 개발 과정을 거쳐 탄생한 물건입니다. 2007년 쯤에 ENVI(지금은 ENVI Classic)의 부속물로 ENVI Zoom 이라는 것이 나왔죠. 지금 New ENVI의 아주 기본적인 기능만 있던 버전입니다. 제가 ENVI Zoom이 처음 나올 당시 Exelis VIS(당시 RSI)의 세일즈 컨퍼런스를 가서 들었던 것은 이것이었습니다.

“우리(RSI 발표자 입장에서)는 미 국방부로부터, 영상을 좀 돌려 볼 수 있는 기능을 요구 받았다. 알다시피 미 국방부는 매우 큰 우리 고객이다. 그렇지만 ENVI(ENVI Classic)의 특성상 이 기능을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새로운 인터페이스 ENVI Zoom을 만들었다. ENVI Zoom에서는 영상을 1도 단위로 돌려 볼 수도 있고, 자유롭게 줌인 줌 아웃도 된다.”

당시 저는 웃고 넘겼습니다. “그러고 보니, ENVI 기능에 자유로운 회전은 없었네. 그런데 불편한지 몰랐네. 누가 왜 영상의 회전을 요청했을까?”.  뭐 그런 정도였죠. 이것이 5년쯤 지나서 New ENVI까지 올지는 몰랐습니다. 왜 몰랐냐? ENVI Zoom은 형편 없었거든요. 회전이 되었다는 것 외에는 정말 아무런 장점이 없었습니다. 장점은 고사하고 기능이 매우 단촐했던 한계도 있었구요, 버그는 또 왜 그리 많은지…

그렇지만 ENVI Zoom을 안쓸 수도 없었습니다. 당시에 또 하나의 ENVI 제품, ENVI Feature Extraction이 나왔는데, 이것이 ENVI Zoom에서만 실행이 되었거든요(지금도 New ENVI에서만 실행됩니다). 하지만 초창기에는 ENVI Zoom의 버그로 인해(큰 영상을 올릴 수 없었어요, 불안해서), ENVI Feature Extraction도 사용이 불편했습니다.

몇 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ENVI 기술지원이나 ENVI를 이용한 개발은 제 동료가 맡아서 수행했고 저는 제 업무에 필요한 때 말고는 ENVI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ENVI EX라는 과도기적 제품이 있었고 이것이 발전해서 지금의 New ENVI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ENVI EX를 열어 본 적도 없습니다. ENVI EX 역시 기능이 너무 제한적이었거든요. ENVI 5.0의 출시를 앞두고 베타 테스트가 시작될 무렵 방문한 일본 ExelisVIS 지사의 Ogushi 선수는 New ENVI를 짧게 소개했습니다. “이제 New ENVI는 꽤 쓸만한 물건이 되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저는 제 손에 익은 ENVI Classic을 사용했고, 작년에는 ENVI 교육이 잘 성사되지 않아 새로운 ENVI로 교육할 기회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올 해 첫 ENVI Training 은 작정을 하고 New ENVI 위주로 준비를 해 보았습니다.

서론이 길었는데요, 제가 지난 1주일 동안 Intensive하게 New ENVI를 사용해 본 소감은 아래와 같습니다.

  • 이 정도면 메인으로 쓸만 하다. 지난 1주일간 교육상의 목적으로 ENVI를 재시동한 것 말고는 ENVI를 열어 놓은 채로, 노트북 뚜껑을 덮었다가(하이버네이션) 다시 열어 그냥 다시 사용하기도 했는데, ENVI는 안정적으로 실행되었습니다. 그리고 거의 모든 ENVI Classic의 기능이, New ENVI의 Toolbox로 들어와 있습니다. 특히 ArcGIS와 함께 사용하시는 분들은 New ENVI가 더 좋은 선택이 될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 속도 역시 불편하지 않다. 딱 한 가지 네거티브가 있습니다. 처음 영상을 열 때 피라미드를 빌드하기 위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영상 원본 크기의 1/4쯤 되는 별도의 파일이 생성되는 것인데, 작업 중 원활한 줌인, 줌아웃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방법입니다. 사실 이 부분이 그동안 ENVI Classic이 가지는 큰 장점 중에 하나였습니다. 피라미드를 만들지 않고 바로 화면에 올려 작업을 했으니까요. “오… ENVI 좋아” 하는 분들의 의견 중 50%는 바로 “영상 피라미드 없이 작업을 시작한다” 였는데, 이제 New ENVI는 피라미드를 만드는 데 시간이 소요됩니다(미리 일괄처리하여 피라미드를 만들어 두는 툴이 있습니다). 그 외의 속도는, ENVI Zoom을 경험했던 저로서는 “경이적” 입니다. ENVI Zoom을 경험해 보지 못한 동료 이재희에게는 뭐 별거 아닌 당연한 것으로 보이는 것 같습니다만… 그리고 대부분의 분석 및 처리 엔진은 예전의 ENVI와 같은 프로그램이므로 속도 차이는 없습니다.
  • 아직 Classic의 티를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짧은 개발 기단 동안, ENVI Classic의 모든 기능을 포함시키려다 보니, 메뉴는 New ENVI 스타일이지만, 정작 실행시키면 겉으로도 ENVI Classic 인터페이스가 열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SPEAR Tool 입니다. 실행시키면 겉으로도 ENVI Classic 창이 열립니다(덕분에 저는 이런 기능에 대해서는 따로 교육 준비를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내부 엔진은 ENVI Classic과 완전히 동일할 수밖에 없고, 앞으로도 그러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ENVI Classic 창이 뜨는 등의 외양적 잔재는 점차 New ENVI에 맞게 고쳐나가야 하겠습니다.

ENVI 얘기는 아니지만, 이번에 ENVI 교육 준비를 하면서 느꼈던 점을 여담으로 말씀 드리면,

  • 마우스 쓰니까 편하다. 그동안 노트북만 사용하면서 아예 마우스를 안쓰고 살아왔습니다. 잠깐 ENVI 쓸 때만 주변에 노는 PC에서 마우스 뽑아다가 쓰고 다시 반납하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지난 1주일간 마우스를 써 보니… 터치패드보다 분명 편하긴 편하네요.
  • 데스크탑이 노트북보다 빠르다. 이걸 모르고 사는 프로그래머는 아무도 없겠지만, 그동안 노트북만 쓰면서 불편한 것을 모르고 살았는데요, HP Z800 워크스테이션이 빼어난 물건이기는 하지만, 화면이 펑펑 뜨더군요. 에이, 노트북 곧 바꿔야 겠습니다.
  • 화면이 역시 커야 한다. 그동안 15인치 Full HD 노트북만 고집했는데요, 이제 마냥 젊은이도 아니고 해서 요즘 유행하는 얄팍하고 가벼운 노트북으로 바꾸려고 했는데, 1024*768 해상도의 프로젝터로 작업을 하면서, “화면 큰 게 장땡”이라는 생각을 다시 확고히 하게 되었습니다. ENVI Toolbox(오른쪽)와 레이어 매니저(왼쪽)을 두고 편히 작업하려면… 11인치나 13인치로는 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해상도와 크기는 다른 것이지만, Full HD 보려면 아무래도 15인치는 되어야 눈이 편하죠).

그리고 더 여담으로 들어가자면, 이번 Training 기간 동안 주최측에서, 양식으로 식사를 대접해 주셨습니다. 군 관련되신 분들이어서 성함을 밝히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고, 잘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미국 양식은 디저트가 메인이다. 미국 양식 먹을 때는 일단 정량의 절반 정도만 먹어야 합니다. 디저트가 거의 한끼 식사가 나오잖아요. 저는 양식 먹을 때 엄청 달고 무거운(설탕이 얼마나 많이 들어 있는지 무게가 정말로 무거운) 디저트 다 먹습니다. 좋아합니다. 가끔 이걸 잊고 메인에서 배를 채워 버리면 과식이 되거나(보통은 이쪽이죠), 디저트를 못먹게 됩니다(몸 안좋을 때 빼고 이렇게 되는 일은 없지요).
  • 햄버거는 역시 미제다. 미국 음식은 짠맛 밖에는 없다고 사 주신 분이 말씀하셨지만, 햄버거는 우리 나라에서 주로 파는 단맛 햄버거 보다는 역시 고기와 풀 그 자체 맛으로(그리고 양으로) 밀어 붙이는 미제 햄버거가 좋은 것 같습니다. 게다가 체리 콜라라니… 요즘 왜 체리 콜라들 사라진 겁니까?

행사의 제목은 ENVI Training이었지만, 그리고 저는 강사로서 참석한 행사였지만, 제가 많은 공부를 했고, New ENVI를 처음 진지하게 사용해 본 기회가 되었고, 맛있는 거 많이 잘 먹었고, 좋은 분들을 만났던 ENVI Study 였다고 평가합니다. 참석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One Comment

  1. 지난 Dr. Paolo 교육 때, 피라미드에 대해서 몰랐던 저는 솔직히 속도가 불만족스럽고 답답했었습니다(용량이 크디 큰 SAR 데이터를 주로 다뤘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크게 느리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그리고 매뉴얼이나 튜토리얼 문서가 아직 완전히 5.0 기준이 아니고,
    5.0에서 실행을 하더라도 classic 버전의 윈도우가 뜨기에 혼잡한 면이 없지 않으나,
    이번 교육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저였던 것 같습니다 ㅎㅎ
    파워 유저가 되기 위해서는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할 것 같네요.
    ‘캘리포니아의 더블 와퍼의 맛은 한국의 그냥 와퍼보다 더 맛있다’에 저도 공감 한 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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